20160805 : 어떤 9년
2016. 8. 5. 02:45
소대 복도를 지키는 불침번 일병은 토익 단어장을 읽으며 쉬지 않고 원더걸스의 텔미와 빅뱅의 거짓말을 반복해서 틀어놓고 있었다. 논산 입소 이틀째 밤, 입대 직전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들어온 스물 네살의 나는 저 망할 놈의 시디플레이어를 부숴버리고 싶단 충동에 시달렸다. 안 그래도 입대는 뒤숭숭한 법이거늘, 이별한지 만 72시간도 채 안 된 내 심경은 불침번 일병놈이 틀어놓은 노래들 때문에 더 거지 같아졌다. 너 없는 내겐 웃음이 보이지 않아. 눈물조차 고이지 않아. 더는 살고 싶지 않아. 정말 엿 같은 3분 30여초가 흐르고 나면 텔미가 흘러나왔다. 난 엊그제 이별했는데, 그런데 네가 날 사랑한다니 어머나 다시 한번 말해보란 가사를 듣고 있는 내 심경은 입소대대에서부터 누더기 상태였다. 녀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