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20190303 : 말하는 몸
2019. 3. 3. 17:191. “남자들은 거울을 보며 ‘나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늘 갸우뚱한다. 살면서 내 몸에 대해 안도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온 몸에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연일 뛰어다니던 또래 친구들과 달리 나는 늘 어색하게 걷고 느리게 뛰는 과체중의 책벌레였고, 자연스레 무리가 즐기는 유희에서 제외되곤 했다. 물론 처음부터 내 몸을 수치스레 여긴 건 아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도태되면서, 내 둔한 몸동작을 조롱하는 또래들의 눈빛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살은 언제 뺄 거냐고 채근하는 친척 형제들의 말을 들으면서 난 자연스레 수치를 배웠다. 이게 창피해야 할 일인가 보다. 내 몸은 남들 보기에 밉고 부자연스러운 몸인가 보다. 그리고,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와 달리..
20180822 : 뉴욕타임즈에 실린 켈리 마리 트란의 성명
2018. 8. 22. 06:08에서 로즈 역할을 맡은 베트남계 미국인 배우 켈리 마리 트란은 수많은 사람들의 온라인 폭력에 시달린 바 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켈리를 싫어하는 이들은 다 저마다의 이유를 주절주절 설명했다. 로즈라는 캐릭터가 지나치게 정치적 공정성만 앞세우느라 민폐 투성이 캐릭터여서 싫었다는 둥, 제작진이 정치적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캐릭터라서 설득력이 없었다는 둥... 솔직히 따져보자. 설득력 없기로는 그 넓은 은하계 안에서 저항군으로 일하는 아시아인 한 명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세계관의 폐쇄성만한 게 없고, 민폐 투성이인 거로는 아나킨한테 도통 믿음을 주지 않아서 애가 엇나가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요다만한 캐릭터가 없으며, 억지 투성이 캐릭터로는 "날 때부터 포스를 타고 난 운명의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