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140328 : 요 며칠 꾼 악몽들의 기록
2014. 3. 28. 23:58특별한 의미는 없고, 잊지 않기 위해 적어보는 요 며칠 간의 악몽 퍼레이드. 첫 번째 악몽. 나는 마오쩌둥과 김구와 함께 여관방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여관 복도에는 중화인민해방군들이 번을 서고 있었고. 비밀임무를 띄고 있던 나는 밤중에 몰래 일어나 김구를 죽이고 마오쩌둥의 목을 베어 죽였다. 번을 서는 병사들의 눈을 속이려고 인민해방군 군복을 입고 방을 빠져나온 나는 여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 층을 탈출했다. 한숨 돌리며 엘리베이터 속 거울을 봤는데, 마오가 아닌 내 목에 선명하게 칼로 베인 자국이 있었다. 두 번째 악몽. 날이 맑은 어느 날, 난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노천까페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었다. 그 때 고무동력기 비행기만한 사이즈의 무언가들이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다들 이게..
20140313 : "SM의 무대에서 전통적인 '정면'과 '센터'란 개념은 아직 유효할까." 라는 잡생각 - 소녀시대의 'Mr. Mr.'를 중심으로.
2014. 3. 13. 23:23먼저 Mnet의 순위 프로그램 < M Countdown >의 2014년 3월 6일자 방송을 보고 글을 시작하자. 소녀시대의 신곡 'Mr. Mr.'의 무대다. ⓒ SM Entertainment. CJ E&M. 2014. 사실 소녀시대의 신곡 'Mr. Mr.'는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곡이긴 하다. SM이 밝힌 바에 따르면 - 뮤직비디오 데이터가 날아갔다는 이유로 프로모션이 늦춰진 탓에 기대만한 호응을 얻진 못하고 있고, 기교나 애교, 특정 연령대 특정 성별의 청자에게 소구하는 액션을 쏙 뺀 담백한 노래는 '다시 만난 세계' 이후 거의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시도지만 청자들은 조금 갸우뚱하는 눈치다. 나도 '다만세'를 좋아하긴 하지만, 'Mr. Mr.'가 아주 귀에 꽂히진 않는다. 소녀시대의 디스..
20140308 : 짧게 짧게 끊어 쓰는 오늘
2014. 3. 9. 01:04아침, 너무도 황망한 소식으로 잠에서 깼다. 다시 잠이 들었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꿈 속을 헤매다 다시 눈을 떴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제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바랐던 사인이 밝혀져 있었다. SNS에는 의미 없는 어뷰징 기사들이 둥둥 떠다녔다. 9살 아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기사를 남발하는 기자들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다. 평소엔 우리 당 관련된 기사는 한 줄도 안 쓰던 놈들이, 타인의 비극에 피라냐 떼처럼 달라붙어 밥벌이를 하고 있었다. - - - 나는 그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와 같은 조직에 몸을 담고 있다는 걸 아주 여러 차례 자랑스럽게 해준 탁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매달 당비를 밀리지 않고 내는 것뿐이었다. 같은 당원 동지들만큼 뜨거운 ..
20140213 :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와서.
2014. 2. 13. 01:18나는 영화를 만든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다고 해서 그것이 영화의 부실한 완성도를 무시할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은 종종 관객들에게 직접 울 시간을 주는 대신 먼저 울어버린다. 대사로 설명하고, 배우가 먼저 울고, 배경음악이 성급하게 감정을 고조시키려 든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쓸쓸한 등에 주목해도 좋을 법한 장면에서, 영화는 편집으로 죽은 딸의 눈을 감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인서트로 넣는다. 영화는 혹시라도 관객이 따라오지 못할까 매 순간 절박해한다. (포장마차에서 박철민이 김규리에게 멍게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과 그 리액션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너무 뻔히 보이는 평면적인 대사와 연기 지도의 한계에 마주한다. 어머니가 딸이 남기고 간 일기를 읽으며 우는 장면은 배경음악 없이 건조하게만 갔어도 ..
20140126 : 용기 있는 삶을 위한 사회안전망에 대한 잡담
2014. 1. 26. 18:39먹고 사는 것이 해결이 안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그 경쟁에서 탈락하면 모든 게 끝이라는 판단이 모든 것을 흐리게 만든다. 그게 해결이 안 되면 대학을 서열화하고 실질적으로 지배하려는 삼성의 총장 추천 전형도, 학교가 가난하니 학생들이 희생하라는 재단의 강짜도, 분란 일으키지 말고 얌전히 숨죽이고 있으란 세상의 핀잔도 전면으로 맞서 싸우기 어려워진다. 모두가 영웅은 아니고, 용기 내어 일어나기엔 소시민들은 잃을 게 너무 많다. 그 질서를 따라 한 평생을 살아온 이들 입장에선 왜 저항해야 하는지도 와닿지 않을 거고. 멋지게 '그것만이 인생이 아니며, 아무리 깊은 좌절을 겪은 후라도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고 말하며 좌절을 맞서고 제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방법도 있겠지. 그러나 시스템에서 탈락해도 다시 일..
20140108 : 노래 몇 곡에 대한 잡담
2014. 1. 8. 19:111.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의 'I dreamed a dream'을 부를 때, 뮤지컬 버전이라기보단 2012년판 영화 버전에 더 가깝게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게 절대로 성공할 리가 없지.'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버전의 'I dreamed a dream'은 뮤지컬보다 더 극적인 상황에서 부르는, 더 처절하게 절규하며 울부짖는 극한의 노래니까. 뮤지컬과 영화 모두를 본 이라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이 곡이 등장하는 순간과 맥락은 뮤지컬과는 조금 다르다. 뮤지컬에서는 공장에서 쫓겨난 팡틴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이 노래를 부르지만, 영화에서는 훨씬 상황이 안 좋다. 팡틴은 이미 공장에서 쫓겨나고 코제트의 약값을 대기 위해 어금니를 뽑아 팔고 머리카락..
tintin. 이승한
2014. 1. 7. 05:52이승한 | 글쟁이. TV 칼럼니스트.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사 Seunghan Rhie | Writer. TV Columnist. Commentator, Director of BEYOND THE RAINBOW FOUNDATION 현재 연재/출연 중 Currently Writing/Starring 한겨레 토요판 | HANKYOREH Saturday Section | 엔터미디어 | ENTERMEDIA (Web Magazine) | 모바일 앱매거진 월간 윤종신 | MONTHLY YOON JONGSHIN (Mobile App-Magazine) | 문화방송 | 옴부즈맨 프로그램 고정 패널MBC | Ombudsman Program Regular Guest 월간 고교독서평설 | BOOKS AND CRITICS MON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