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160101 : 붉은 원숭이의 해
2016. 1. 1. 00:27"양은 온순한 성정 때문에 평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굳건히 나아가는 의로움(義)이나 복슬복슬한 털과 같은 아름다움(美)을 상징하기도 한단다. 2015년은 그랬으면 좋겠다. 2014년이 너무 많이 지치고 힘들었으며, 아름다운 일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의로운 일은 더더욱 없었으므로. 마음은 평화롭고 세상은 의롭고 아름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평화도, 입 다물고 숨 죽인 대가로 얻는 가짜 평화 말고, 당당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그런 평화이길." 재작년에 양그림을 블로그에 올리면서, 난 을미년이 이렇게 조금은 정의롭고 평화로울 수 있는 해일 수 있길 바랐다. 아, 역시 꿈이었다. 그래서 사실 새해라고 남들에게 복을 빌고 운이 있길 기원하는 게 두려워지기도 한다. 빌어봤자 뭐하겠나 하는 체념이랄까. ..
20151231 : 2015년 정산 - 드라마 편
2015. 12. 31. 23:57예능에 음악에 사회적 인물에 개인사적인 일들까지 꼽다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아니라 한 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해를 되돌아 보는 꼴이 될 게 유력해보이는 2015년 정산. 이번엔 드라마 편이다. 올해의 드라마 송곳 (JTBC) 올해의 드라마 PD 안판석 (풍문으로 들었소 | SBS) 올해의 드라마 작가 정성주 (풍문으로 들었소 | SBS) 정현민 (어셈블리 | KBS) 올해의 탤런트 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들 | KBS) 지성 (킬미 힐미 | MBC) 올해의 캐릭터 최인경 (송윤아 | 어셈블리 | KBS) 구고신 (안내상 | 송곳 | JTBC) - 특별언급 / 작품부문 올해의 로컬라이징 폭망 심야식당 (SBS) 올해의 ‘당사자 의향은 안 묻고 왜 사내놈 둘이서 여자를 물건마냥..
20151231 : 2015년 정산 - 영화 편
2015. 12. 31. 19:37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나름 열심히 본다고 노력은 했는데 돌이켜보니 참 극장 나들이를 게으르게 했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인 인간이 이렇게 게을러도 되는 걸까. 내년엔 더 열심히 보고 치열하게 써야겠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2015년도를 곱씹으며 내 멋대로 뽑아봤다. 2015년의 영화, 영화인들이다.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올해의 감독 – 극 부문 조지 밀러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다르덴 형제 (내일을 위한 시간) 올해의 감독 – 다큐 부문 조슈아 오펜하이머 (침묵의 시선) 올해의 배우 국내/여자: 엄지원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국내/남자: 유아인 (베테랑, 사도) 해외/여자: 샤를리즈 테론 (매드맥스 : 분노의 도..
20151218 : LC-A+ 여섯번째 롤: Cinestill 800 Tungsten Xpro C-41 ISO800
2015. 12. 18. 21:281. 영화용 텅스텐 필름을 35mm용으로 다시 재단한 씨네 스틸 필름이다. 텅스텐 필름에 필요한 조명 온도나 광량 같은 것도 잘 모르고 무작정 장전하고 찍어대기만 했더니, 보시다시피 이렇게 온통 블루톤의 사진이 나왔다. 처음엔 뜨악했는데 보다보니 괜찮네. 2. 필름이 좋아서 그런 건가, 고작 로모 나부랭이로 찍은 건데 화면의 심도가 깡패 수준이시다. 그래서 이번 롤엔 예외적으로 많은 사진들이 살아남았다. 3. 평범한 곳을 색다른 각도에서 찍어도 좋은 사진이 나오지만, 확실히 좋은 곳에 가서 좋은 풍광을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온다. 평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만큼이나 아름다운 곳으로 다가가는 것도 중요한 일.
20151124 : LC-A+ 다섯번째 롤: Kodak Color Plus ISO200
2015. 11. 24. 19:031. 한 바퀴 돌아서 다시 코닥 Color Plus. 가장 무난하구나. 2. 로모의 문제인지 내 문제인지, 인물사진이 잘 찍히는 것 같진 않다. 더 고민해야 할 지점. 기껏해야 취미생활에 뭘 고민씩이나 하는가 싶다가도,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단 생각에 좀처럼 쉽게 사라지지 않는 고민.
20151124 : LC-A+ 네번째 롤: Lomo Color Negative ISO800
2015. 11. 24. 18:481. ISO 800짜리 필름은 처음 써봤는데, 생각보다 노이즈가 많이 잡히는구나. 앞으로 800짜리 사진을 어떻게 찍고 다뤄야 할지 조금 고민이다. 2. 결국 평소에 무엇에 시선을 두느냐가 어떤 사진을 찍느냐를 결정한다. 내 사진은 영 고리타분한 시선에 갇혀 있는 건 아닐까?
20151121
2015. 11. 22. 23:06이 글은 보호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보려면 암호가 필요합니다.
20151114 : 어느날 동물병원을 나오면서
2015. 11. 14. 23:091. 얼룩이의 스케일링 예정일이었다. 치주염이 심했다. 고양이에게 스케일링이란 개념을 설명할 수 없으니 전신마취가 필요했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니 13시간 금식을 시켰다. 아이는 밤새도록 짜증을 내다가 병원에 갈 기미가 보이자 침대 밑에 들어갔다. 꺼내는데 한 세월이 필요했다. 시위의 여파가 없진 않아 길은 평소보다 막혔고 얼룩이는 교통체증 내내 겁에 질려있다가 병원에 도착했다. 2. 환자의 보호자라서 병원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아는 모두가 집회에 나가 차벽에 막히고 최루액을 뒤집어 쓰는 동안, 나는 그 현장에서 한발자국 정도 떨어진 홍지동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북악산과 북한산을 병풍처럼 거느린 홍지동은 너무도 평온해서 10만이 모인 집회 소식 같은 건 와닿지 않았다. ..
20151029 :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가?
2015. 10. 29. 22:16길게 쓴 글이 날아가서 짧게만 써둔다. 대한민국의 현행 역사 교육이 '자학사관'에 입각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잘 들여다보라.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지, 주어가 사라져 있다. 공교롭게도 교과서 국정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승만의 국부 추앙을 주장하고, 박정희에 대해서는 과는 이만하면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가난을 끝낸 기적의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신군부의 집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개중엔 5월 광주 또한 북한의 기획이었다 떠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분들에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독재자'로 정의한 역사관이 '부끄러운, 자학'사관일지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진짜 쩌는 역사 아닌가? ..
20151023 : 이름을 잃은 자들을 위해, 새 이름을 찾아보았다.
2015. 10. 23. 01:44이승만을 존경한다는 이들이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말하는 건 사기다. 정부 수립 초기 대한민국은 단기 연호를 사용했으나, 이승만은 강력하게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통성 있는 정부임을 강조해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임정 출신의 우위를 지키고 싶었고, 38선 이북에 대한 정통성 우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수립을 한 서기 1948년은 '단기 4281년'이 아니라 '민국 30년'이었다. 본인 스스로 1919년 3.1 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임시정부 체제를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한 게 민국 30년이었음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승만을 존경할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
20151019 : Sober
2015. 10. 19. 23:57최근에 이상하리만치 내 귀를 잡아 끌었던 노래 가사는 셀리나 고메즈의 Sober였다. 혹자는 이게 비버와의 관계를 그린 거라고도 하더라만 그것까지 내가 어찌 알겠으며 알 필요는 뭐란 말인가. 다만 서로를 갉아먹는 파괴적인 관계에 대한 노랫말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돌더라. 연인, 친구, 동료, 사제, 선후배, 형제, 직계비/존속, 그것이 어떤 관계였든 살면서 이런 지옥은 한 차례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하여 이런 노랫말을 쓰고 부르기까지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설프게 번역해봤다. 당연히 의역과 오역이 강물처럼 넘쳐 흐른다. + 디럭스판 앨범 커버 이미지가 좀 세긴 세다. 경우에 따라 NSFW이거나 엄빠주의일 순 있겠네. Selena Gomez - Sober We fal..
20151015 : 강호동을 생각하다
2015. 10. 15. 04:16강호동은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승부사다. 언젠가 이수근이 농담처럼 했던 말 "아니 왜 자꾸 스스로를 이기려고 하세요"는 강호동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축약한다. 예능으로 넘어온 후에도 그는 출연자와 기싸움을 하는 타입의 예능인이었는데, 그는 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쇼맨쉽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홀리고 때론 무리수를 걸었다. 그가 탈세 의혹으로 잠시 방송계를 떠나기 전까진, 그 오래된 전략은 참 근사하게 잘 먹혔다. 그가 다른 어떤 스포츠도 아닌 씨름 선수였다는 점은 굉장히 많은 걸 시사한다. 흔히 씨름을 그냥 덩치와 체중, 완력으로 밀어 붙이기만 하는 스포츠라 생각하지만, 원래 씨름은 균형의 예술이다. 내 힘만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힘이 작동하는 방향을 읽어 그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