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뭉치
20151231 : 2015년 정산 - 드라마 편
2015. 12. 31. 23:57예능에 음악에 사회적 인물에 개인사적인 일들까지 꼽다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아니라 한 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 해를 되돌아 보는 꼴이 될 게 유력해보이는 2015년 정산. 이번엔 드라마 편이다. 올해의 드라마 송곳 (JTBC) 올해의 드라마 PD 안판석 (풍문으로 들었소 | SBS) 올해의 드라마 작가 정성주 (풍문으로 들었소 | SBS) 정현민 (어셈블리 | KBS) 올해의 탤런트 채시라 (착하지 않은 여자들 | KBS) 지성 (킬미 힐미 | MBC) 올해의 캐릭터 최인경 (송윤아 | 어셈블리 | KBS) 구고신 (안내상 | 송곳 | JTBC) - 특별언급 / 작품부문 올해의 로컬라이징 폭망 심야식당 (SBS) 올해의 ‘당사자 의향은 안 묻고 왜 사내놈 둘이서 여자를 물건마냥..
20151231 : 2015년 정산 - 영화 편
2015. 12. 31. 19:37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 나름 열심히 본다고 노력은 했는데 돌이켜보니 참 극장 나들이를 게으르게 했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보고 글을 쓰는 게 직업인 인간이 이렇게 게을러도 되는 걸까. 내년엔 더 열심히 보고 치열하게 써야겠다. 주머니 사정이 허락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2015년도를 곱씹으며 내 멋대로 뽑아봤다. 2015년의 영화, 영화인들이다. 올해의 영화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조지 밀러) 올해의 감독 – 극 부문 조지 밀러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 다르덴 형제 (내일을 위한 시간) 올해의 감독 – 다큐 부문 조슈아 오펜하이머 (침묵의 시선) 올해의 배우 국내/여자: 엄지원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국내/남자: 유아인 (베테랑, 사도) 해외/여자: 샤를리즈 테론 (매드맥스 : 분노의 도..
20151114 : 어느날 동물병원을 나오면서
2015. 11. 14. 23:091. 얼룩이의 스케일링 예정일이었다. 치주염이 심했다. 고양이에게 스케일링이란 개념을 설명할 수 없으니 전신마취가 필요했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니 13시간 금식을 시켰다. 아이는 밤새도록 짜증을 내다가 병원에 갈 기미가 보이자 침대 밑에 들어갔다. 꺼내는데 한 세월이 필요했다. 시위의 여파가 없진 않아 길은 평소보다 막혔고 얼룩이는 교통체증 내내 겁에 질려있다가 병원에 도착했다. 2. 환자의 보호자라서 병원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는데 기분이 묘했다. 내가 아는 모두가 집회에 나가 차벽에 막히고 최루액을 뒤집어 쓰는 동안, 나는 그 현장에서 한발자국 정도 떨어진 홍지동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북악산과 북한산을 병풍처럼 거느린 홍지동은 너무도 평온해서 10만이 모인 집회 소식 같은 건 와닿지 않았다. ..
20151029 :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가?
2015. 10. 29. 22:16길게 쓴 글이 날아가서 짧게만 써둔다. 대한민국의 현행 역사 교육이 '자학사관'에 입각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잘 들여다보라.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지, 주어가 사라져 있다. 공교롭게도 교과서 국정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승만의 국부 추앙을 주장하고, 박정희에 대해서는 과는 이만하면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가난을 끝낸 기적의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신군부의 집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개중엔 5월 광주 또한 북한의 기획이었다 떠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분들에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독재자'로 정의한 역사관이 '부끄러운, 자학'사관일지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진짜 쩌는 역사 아닌가? ..
20151023 : 이름을 잃은 자들을 위해, 새 이름을 찾아보았다.
2015. 10. 23. 01:44이승만을 존경한다는 이들이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말하는 건 사기다. 정부 수립 초기 대한민국은 단기 연호를 사용했으나, 이승만은 강력하게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통성 있는 정부임을 강조해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임정 출신의 우위를 지키고 싶었고, 38선 이북에 대한 정통성 우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수립을 한 서기 1948년은 '단기 4281년'이 아니라 '민국 30년'이었다. 본인 스스로 1919년 3.1 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임시정부 체제를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한 게 민국 30년이었음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승만을 존경할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
20151015 : 강호동을 생각하다
2015. 10. 15. 04:16강호동은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승부사다. 언젠가 이수근이 농담처럼 했던 말 "아니 왜 자꾸 스스로를 이기려고 하세요"는 강호동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축약한다. 예능으로 넘어온 후에도 그는 출연자와 기싸움을 하는 타입의 예능인이었는데, 그는 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쇼맨쉽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홀리고 때론 무리수를 걸었다. 그가 탈세 의혹으로 잠시 방송계를 떠나기 전까진, 그 오래된 전략은 참 근사하게 잘 먹혔다. 그가 다른 어떤 스포츠도 아닌 씨름 선수였다는 점은 굉장히 많은 걸 시사한다. 흔히 씨름을 그냥 덩치와 체중, 완력으로 밀어 붙이기만 하는 스포츠라 생각하지만, 원래 씨름은 균형의 예술이다. 내 힘만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힘이 작동하는 방향을 읽어 그 위..
20150908 : 새정련 당권재민 혁신위의 여성 의무 공천 30%안에 화를 내는 당신에게
2015. 9. 8. 04:29나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도 아닐 뿐더러 그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정당의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중 여성의무공천 30% 안에 대해선 찬성이다. 이 안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 사이에선 "여성 의원이 늘어나면 여권이 신장되고 성평등에 도움이 되느냐"라고 묻는 분도 있고, 여성이 애초에 정치에 참여를 하지 않아서 공천 비율이 낮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심지어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학생위원회 활동 및 다양한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 20대 남성분은 "선거 전에 가슴에 실리콘 넣고 당선되면 빼. 밑에 확인할라고 하면 인권침해로 여성부에 신고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고. 본인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농담이라 쳐도 여성을 그 외양의 특징으..
20150828 : 맥심 표지 단상
2015. 8. 28. 15:001. 영화 이론을 배울 때 제일 기본적으로 배우는 게 편집의 마술이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이 찍힌 장면 A가 있다. 이 장면 A를 포장된 선물상자가 찍힌 장면 B 뒤에 붙이면 이 웃음은 '선물을 받은/줄 생각을 하는 남자의 기쁨'을 나타낸 게 된다. 그러나 이 장면을 비석이 클로즈업 된 장면 C 뒤에 붙이면 이 웃음은 '슬픔을 억누르며 웃어보이는 남자의 비애'가 된다. 어떤 컷이든 그 커트 하나만으로 단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맥락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의 커버가 그냥 사진 한 장이었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려면 김병옥의 사진이 실린 해당 지면(표지)이 지금껏 주로 남성의 판타지를 구..
20150817 : 며칠 간의 페북 잡담들 모음
2015. 8. 17. 08:58난 뼛속까지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안 좋은 습성이 배인 사람이라,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맨스플레인을 밥 먹듯 하곤 했다. 음, 맨스플레인이라기보단 그냥 만인에 대한 훈장질이라고 해두는 게 정확할 거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특별히 더 설명질을 했던 건 아니고, 여성이기 때문에 잘 모를 거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니까. 사실 그냥 '나님이 쫌 잘났'기 때문에(...) 성별을 막론하고 상대를 무시한 것에 가깝다. 겉으로는 늘 겸손한 척 했지만, 본심은 저따위였다. 와, 이렇게 쓰고 나니까 그 시절의 나를 찾아가 무진장 때려주고 싶구만. 그 어두운 기억을 굳이 파헤치고 들어가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기록해 모두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생각은 없으나, 언젠가 누가 "저 새끼 옛날에 나에게 '블라블라블라'라고 맨스플..
20150809 : 본격_가출냥이_주인_찾아_준_ssul
2015. 8. 9. 01:30마감 날짜는 받아놓고선 늘 데드라인을 어기길 밥 먹듯이 하는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나머지 "이제부턴 진짜 마감 뿐이야" 하는 마음으로 24시간 하는 카페에 앉아서 원고 마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8월 8일)이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는 글을 보고는 불현듯 오늘 집을 나서기 전에 애들에게 저지른 일들이 생각났다. - 저지른 일- 내 동거묘 얼룩이는 길냥이 출신인데, 허겁지겁 먹어 버릇한 게 아직도 안 고쳐져서 그런지, 가끔 급하게 먹은 게 얹혀서 토해버리곤 한다. 한 군데에서 진득하게 토하면 치우는 입장에선 편하고 좋은데, 여기 조금 토해놓고는 뻘쭘해하며 저기로 이동해서는 저기에 또 조금 토해놓고(....) 그런다. 방바닥에 토하면 치우기 편한데, 홈이 깊게 파인 창틀 위에서나 침대 위에서 토하면 진..
20150806 :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2015. 8. 6. 23:101.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많은 사람들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데 무슨 여성혐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좀 안타깝다.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여성을 그냥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닌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심지어 여성숭배 또한 여성혐오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뮤즈'로 찬사를 보내는 것은 상대를 대상화해서 착취하는 행위에 가깝고, '오오 모성이여 어머니여'라며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의 수단, 자궁으로만 치환하는 행위다.) 이렇게 상세히 알려주고..
20150721 : 학생자치언론, '좋은 기사'와 '폐간' 사이
2015. 7. 21. 02:23최근 들어 다시 돌림노래처럼 대학독립언론/학생자치언론 이야기가 기성 언론에서 나오더라. 어째 매년 "최근 들어 화제"라고 이야기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학생자치언론의 역사는 거짓말 조금 보태 거의 대한민국 대학의 역사와 맞먹을 만큼 길다. 따지고 보면 국민대학교의 이나 또한 처음에는 학교 당국의 부속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던 학생자치언론으로 출발했던 거니까. 보수적으로 잡아도 1995년 창간된 이나, 1996년 창간된 의 후신으로 출범한 와 같은 언론들이 학교나 학생회로부터 독립된 언론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처럼 아예 학생자치언론들이 연합회를 만들어 공동으로 기금을 걷어 배분하는 곳도 있고. 그럼에도 새삼 다시 새로울 게 없는 학생자치언론 이야기가 나오는 건, 대학 사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