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 흠영(欽英): 끝내 반드시 썩지 않을 것이다
2022. 7. 23. 14:32
최근 자꾸 유만주(1755-1788)의 을 발췌해 적고 관련 유물을 전시했던 서울역사박물관 전시가 생각난다. 유만주는 스스로 일생 이렇다 할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던 사람이지만, 자신이 쓴 만큼은 자기 자신보다 더 고아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하루하루 주어진 날들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매일의 일상과 생각을 기록해 남긴 13년 간의 일기는, 꽃부리처럼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을 흠모하며 살겠다는 한 선비의 의지로 가득하다. 유만주는 때로 자기보다 잘 된 이들을 질투하는 마음이나, 구하고 싶은 책이 책방에 안 들어와서 화가 난다는 속내도 일기장에 적어넣고, 돈만 밝히는 것 같은 세상이 꼴 보기 싫다는 시시콜콜한 불평도 적어넣고, 어디 고을 살던 서출 여자가 학문이 깊고 글씨가 수려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