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03 : 말하는 몸
2019. 3. 3. 17:19
1. “남자들은 거울을 보며 ‘나 정도면 나쁘지 않지’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늘 갸우뚱한다. 살면서 내 몸에 대해 안도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온 몸에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연일 뛰어다니던 또래 친구들과 달리 나는 늘 어색하게 걷고 느리게 뛰는 과체중의 책벌레였고, 자연스레 무리가 즐기는 유희에서 제외되곤 했다. 물론 처음부터 내 몸을 수치스레 여긴 건 아니다. 하지만 무리에서 도태되면서, 내 둔한 몸동작을 조롱하는 또래들의 눈빛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살은 언제 뺄 거냐고 채근하는 친척 형제들의 말을 들으면서 난 자연스레 수치를 배웠다. 이게 창피해야 할 일인가 보다. 내 몸은 남들 보기에 밉고 부자연스러운 몸인가 보다. 그리고, 어머니가 있었다. 아버지와 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