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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9 :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가?
2015. 10. 29. 22:16길게 쓴 글이 날아가서 짧게만 써둔다. 대한민국의 현행 역사 교육이 '자학사관'에 입각해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로 가르치고 있다는 주장을 잘 들여다보라. 누구에게 부끄러운 역사인지, 주어가 사라져 있다. 공교롭게도 교과서 국정화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승만의 국부 추앙을 주장하고, 박정희에 대해서는 과는 이만하면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가난을 끝낸 기적의 역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자고 말하며, 신군부의 집권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다. (개중엔 5월 광주 또한 북한의 기획이었다 떠드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분들에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독재자'로 정의한 역사관이 '부끄러운, 자학'사관일지 모르겠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라.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진짜 쩌는 역사 아닌가? ..
20151023 : 이름을 잃은 자들을 위해, 새 이름을 찾아보았다.
2015. 10. 23. 01:44이승만을 존경한다는 이들이 대한민국은 1948년 8월 15일 '건국'됐다고 말하는 건 사기다. 정부 수립 초기 대한민국은 단기 연호를 사용했으나, 이승만은 강력하게 '대한민국' 연호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통성 있는 정부임을 강조해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임정 출신의 우위를 지키고 싶었고, 38선 이북에 대한 정통성 우위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정부 수립을 한 서기 1948년은 '단기 4281년'이 아니라 '민국 30년'이었다. 본인 스스로 1919년 3.1 운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고, 임시정부 체제를 마무리하고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한 게 민국 30년이었음을 주장했던 것이다. 이승만을 존경할 수 있다.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주장..
20151019 : Sober
2015. 10. 19. 23:57최근에 이상하리만치 내 귀를 잡아 끌었던 노래 가사는 셀리나 고메즈의 Sober였다. 혹자는 이게 비버와의 관계를 그린 거라고도 하더라만 그것까지 내가 어찌 알겠으며 알 필요는 뭐란 말인가. 다만 서로를 갉아먹는 파괴적인 관계에 대한 노랫말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돌더라. 연인, 친구, 동료, 사제, 선후배, 형제, 직계비/존속, 그것이 어떤 관계였든 살면서 이런 지옥은 한 차례씩 경험하게 되는 것이 아니던가. 하여 이런 노랫말을 쓰고 부르기까지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곱씹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어설프게 번역해봤다. 당연히 의역과 오역이 강물처럼 넘쳐 흐른다. + 디럭스판 앨범 커버 이미지가 좀 세긴 세다. 경우에 따라 NSFW이거나 엄빠주의일 순 있겠네. Selena Gomez - Sober We fal..
20151015 : 강호동을 생각하다
2015. 10. 15. 04:16강호동은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승부사다. 언젠가 이수근이 농담처럼 했던 말 "아니 왜 자꾸 스스로를 이기려고 하세요"는 강호동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축약한다. 예능으로 넘어온 후에도 그는 출연자와 기싸움을 하는 타입의 예능인이었는데, 그는 쇼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쇼맨쉽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홀리고 때론 무리수를 걸었다. 그가 탈세 의혹으로 잠시 방송계를 떠나기 전까진, 그 오래된 전략은 참 근사하게 잘 먹혔다. 그가 다른 어떤 스포츠도 아닌 씨름 선수였다는 점은 굉장히 많은 걸 시사한다. 흔히 씨름을 그냥 덩치와 체중, 완력으로 밀어 붙이기만 하는 스포츠라 생각하지만, 원래 씨름은 균형의 예술이다. 내 힘만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게 아니라, 상대의 힘이 작동하는 방향을 읽어 그 위..
2015 백악관 출입기자 초청 만찬, 오바마의 농담들.
2015. 10. 2. 06:55한국에는 "분노통역사 루터" 개그 부분만 주로 통역이 되어 돌아다니던데, 영상으로 확인해 본 결과 2015년 백악관 출입기자 초청 만찬에서 오바마가 직접 던진 농담들은 그 수위가 훨씬 더 세더라(....). 농담 수위도 폭발, 간지도 덩달아 폭발... - - "누가 묻더군요. 아직 '버킷 리스트'에 남아 있는 게 있냐고. 그래서 대답했죠. '버킷'이랑 라임이 맞는 것(F**k it)들은 있다고. 이민법 행정명령? 버킷! 새로운 기후 제한 법령? 버킷!" - "오바마케어 덕분에 이제 미국인들은 직장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보험까지 같이 잃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고마워 할 것 없어요, 민주당 상원의원 여러분." (2014년 미국 중간 선거 민주당 참패 관련 농담) - "물론 대통령직이 쉬웠던 순간은 한..
20150908 : 새정련 당권재민 혁신위의 여성 의무 공천 30%안에 화를 내는 당신에게
2015. 9. 8. 04:29나는 새정치민주연합 당원도 아닐 뿐더러 그 정당을 지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 정당의 당권재민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중 여성의무공천 30% 안에 대해선 찬성이다. 이 안에 대해 반대하는 분들 사이에선 "여성 의원이 늘어나면 여권이 신장되고 성평등에 도움이 되느냐"라고 묻는 분도 있고, 여성이 애초에 정치에 참여를 하지 않아서 공천 비율이 낮은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 심지어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대학생위원회 활동 및 다양한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 20대 남성분은 "선거 전에 가슴에 실리콘 넣고 당선되면 빼. 밑에 확인할라고 하면 인권침해로 여성부에 신고해."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고. 본인은 농담으로 한 이야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농담이라 쳐도 여성을 그 외양의 특징으..
20150901 : 예전 Lomo LC-A 시절 사진들. (2011년 08월)
2015. 9. 1. 03:1120150828 : LC-A+ 세 번째 롤: Lomo Color Negative ISO400
2015. 8. 28. 22:501. 자세히 보면 사진 왼쪽이 계속 떨리고 있다. 셔터 스위치가 오른쪽에 있어서 스위치를 누르면 본체 오른쪽에 힘이 들어가 왼쪽이 들린다는 이야기다. 손떨림을 좀 더 잘 잡아야겠다. 2. 역시 인물사진이 좋다. 후배, 동료,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
20150828 : 맥심 표지 단상
2015. 8. 28. 15:001. 영화 이론을 배울 때 제일 기본적으로 배우는 게 편집의 마술이다. 희미한 미소를 짓는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이 찍힌 장면 A가 있다. 이 장면 A를 포장된 선물상자가 찍힌 장면 B 뒤에 붙이면 이 웃음은 '선물을 받은/줄 생각을 하는 남자의 기쁨'을 나타낸 게 된다. 그러나 이 장면을 비석이 클로즈업 된 장면 C 뒤에 붙이면 이 웃음은 '슬픔을 억누르며 웃어보이는 남자의 비애'가 된다. 어떤 컷이든 그 커트 하나만으로 단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맥락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문제가 된 의 커버가 그냥 사진 한 장이었다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려면 김병옥의 사진이 실린 해당 지면(표지)이 지금껏 주로 남성의 판타지를 구..
20150817 : 며칠 간의 페북 잡담들 모음
2015. 8. 17. 08:58난 뼛속까지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안 좋은 습성이 배인 사람이라, 불과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맨스플레인을 밥 먹듯 하곤 했다. 음, 맨스플레인이라기보단 그냥 만인에 대한 훈장질이라고 해두는 게 정확할 거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특별히 더 설명질을 했던 건 아니고, 여성이기 때문에 잘 모를 거라 생각했던 것도 아니니까. 사실 그냥 '나님이 쫌 잘났'기 때문에(...) 성별을 막론하고 상대를 무시한 것에 가깝다. 겉으로는 늘 겸손한 척 했지만, 본심은 저따위였다. 와, 이렇게 쓰고 나니까 그 시절의 나를 찾아가 무진장 때려주고 싶구만. 그 어두운 기억을 굳이 파헤치고 들어가 구체적인 실제 사례를 기록해 모두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 생각은 없으나, 언젠가 누가 "저 새끼 옛날에 나에게 '블라블라블라'라고 맨스플..
20150809 : 본격_가출냥이_주인_찾아_준_ssul
2015. 8. 9. 01:30마감 날짜는 받아놓고선 늘 데드라인을 어기길 밥 먹듯이 하는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한 나머지 "이제부턴 진짜 마감 뿐이야" 하는 마음으로 24시간 하는 카페에 앉아서 원고 마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8월 8일)이 세계 고양이의 날이라는 글을 보고는 불현듯 오늘 집을 나서기 전에 애들에게 저지른 일들이 생각났다. - 저지른 일- 내 동거묘 얼룩이는 길냥이 출신인데, 허겁지겁 먹어 버릇한 게 아직도 안 고쳐져서 그런지, 가끔 급하게 먹은 게 얹혀서 토해버리곤 한다. 한 군데에서 진득하게 토하면 치우는 입장에선 편하고 좋은데, 여기 조금 토해놓고는 뻘쭘해하며 저기로 이동해서는 저기에 또 조금 토해놓고(....) 그런다. 방바닥에 토하면 치우기 편한데, 홈이 깊게 파인 창틀 위에서나 침대 위에서 토하면 진..
20150806 :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2015. 8. 6. 23:101.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많은 사람들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데 무슨 여성혐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좀 안타깝다.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여성을 그냥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닌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심지어 여성숭배 또한 여성혐오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뮤즈'로 찬사를 보내는 것은 상대를 대상화해서 착취하는 행위에 가깝고, '오오 모성이여 어머니여'라며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 것 또한 여성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생산의 수단, 자궁으로만 치환하는 행위다.) 이렇게 상세히 알려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