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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 누가 나에게 덕후가 아니라 했단 말인가
2016. 9. 16. 22:2220160809 : Drive it like you stole it (from the film Sing Street)
2016. 8. 9. 23:53시간은 가고 오겠다던 소녀는 오지 않는다. 소년은 불안하지만 잠시 후면 강당을 비워줘야 한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급하게 불러모은 엑스트라들은 를 안 봐서 50년대 미국 고등학교 졸업 파티가 어떤 느낌인지 알지 못하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지만 소년은 어쨌거나 노래를 시작한다. 플레이백에 맞춰 립싱크를 하면서 소년은 생각한다. 입버릇처럼 이 시궁창 같은 아일랜드를 떠나 런던으로 가 모델이 되겠다고 말하던 여자다. 설마 말도 없이 떠난 걸까? 그럴 리가. 마법처럼 문이 열리고 50년대 풍 드레스를 입은 소녀가 강당 안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그녀가 들어온 순간 모든 것이 변한다. 허름한 강당 건물은 속 시니어 프롬이 열리는 강당으로, 보기 흉하게 몸을 위 아래로 흔들며 어설프게 춤을 추던 엑스트라들은 능숙..
20160805 : 어떤 9년
2016. 8. 5. 02:45소대 복도를 지키는 불침번 일병은 토익 단어장을 읽으며 쉬지 않고 원더걸스의 텔미와 빅뱅의 거짓말을 반복해서 틀어놓고 있었다. 논산 입소 이틀째 밤, 입대 직전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들어온 스물 네살의 나는 저 망할 놈의 시디플레이어를 부숴버리고 싶단 충동에 시달렸다. 안 그래도 입대는 뒤숭숭한 법이거늘, 이별한지 만 72시간도 채 안 된 내 심경은 불침번 일병놈이 틀어놓은 노래들 때문에 더 거지 같아졌다. 너 없는 내겐 웃음이 보이지 않아. 눈물조차 고이지 않아. 더는 살고 싶지 않아. 정말 엿 같은 3분 30여초가 흐르고 나면 텔미가 흘러나왔다. 난 엊그제 이별했는데, 그런데 네가 날 사랑한다니 어머나 다시 한번 말해보란 가사를 듣고 있는 내 심경은 입소대대에서부터 누더기 상태였다. 녀석은..
20160706 : 마감 싫어, 월요일 싫어
2016. 7. 6. 13:462016 백악관 출입기자 초청 만찬, 오바마의 마지막 농담들
2016. 6. 11. 05:27오바마 대통령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가 나 하나는 아니겠지만, 내가 이 아저씨한테 가진 애정은 조금은 사적인 것에 가깝다. 카투사 시절 내가 근무하던 미군부대 치과병원 프론트데스크는, 고개를 들면 맞은 편 벽에 걸린 미군 통수권자 공식 초상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불행히도 그 시절 미군 통수권자는 조지 W. 부시였다. (...) 격무에 시달리다가 한숨 돌리려고 고개를 들 때마다 부시와 눈이 마주치는 경험은, 개인 사무실이 있는 장교들과 부사관들, 진료실 안쪽에서 근무하는 다른 사병들은 겪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고통이었다. 물론 한국군 사무실에 갈 때마다 이명박 초상을 봐야 하는 고통에 비하면 경미한 고통이었지만, 부시와의 아이 콘택트도 1년 넘게 하다보니 목에서 신물이 올라오곤 했다. 그래도 어쩌랴, 정..
20160609 : 시간 맞춰 마감하는 법
2016. 6. 9. 06:01원본으로 추정되는, 내가 기준으로 삼은 짤은 아래와 같다.
20160522 : <혁명만세> 중, 당통과 로베스피에르
2016. 5. 22. 02:34...로베스피에르가 온갖 욕을 먹는 반면 당통이 한껏 대접 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그가 혁명가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형이라는 건 원래 일부분의 진실만을 담아낼 뿐이다. 어떤 운동, 어떤 캠페인에든, 단호하고 유머를 모르는 로베스피에르형 인물도 있고, 피켓을 들고오기로 했으면서 두 시간씩이나 늦게 빈 위스키 병 들고 비틀비틀 나타나는 당통형 인물들도 있는 법이다. 눈여겨볼 만한 가치를 지닌 어떤 사회운동이든 이 두 가치를 모두 포용해야만 한다. 한쪽이 다른 쪽 머리를 잘라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면 정말 곤란해지니까 말이다. 마크 스틸 Mark Steel. (Viva La Revolution, 2003) 중. 내가 방법론이나 태도 면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큰 줄기에서 같은 ..
20160521 : 'misogyny'의 역어로 '여성혐오'가 옳은가 하는 질문에 관해
2016. 5. 22. 00:14어떤 분들은 '여성혐오'라는 단어가 오남용되어서 실제 여성혐오범죄가 터졌을 때 적확한 타격이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시던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여성혐오'와 '여성혐오범죄'는 엄연히 다르니까. 그리고 용어의 세분화와 적확한 사용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하지만, 여성혐오라는 표현이 포괄하는 용어로서 부적절하다는 이야기엔 동의하기가 좀 어렵다. Racism은 Racial Discrimination과 Xenophobia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의미의 단어 아닌가. Misogyny 또한 Gender Discrimination과 Femiphobia를 포함하고 있는 의미의 단어일테고. 세부적인 결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용어를 고심하자는 지적이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다만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
20160515 : 이코노미스트 "어벤져스는 UN의 통제 하에 놓여야 한다"
2016. 5. 16. 00:56이코노미스트지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썼다. Online Extra라고 하는 걸 보니 온라인에만 풀린 기사인 것 같은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벌어진 일들이 모두 실재하는 사건이라는 가정 하에 진지 빨고 쓴 기사다. 의 내용을 중심으로 써내려 간 소코비아 협정 지지 기사인데, 읽다보면 미국으로 대변되는 슈퍼 파워가 국제 사회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의 소코비아 사태와 미군의 이라크 참전을 한 문장 안에 담아내는 능청스러움에 즐겁게 읽었는데, 마감이 너무 하기 싫은 관계로 잠깐 짬을 내어 번역을 해봤다. 의역이 많으니 반드시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으시길.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www.economist.com/news/diversions/21698458-..
20160117 : 라이트세이버를 잡으렴. 포스는, 빛은 언제나 네 안에 있으니까
2016. 1. 17. 05:46들어가기 앞서 1 : 저는 덕후를 자처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젠 ‘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과거형이 된 확장세계관(Expanded Universe. 이하 ‘EU’)에 대해선 단편적인 정보 외엔 접해본 적이 없고, 현재형인 ‘ 캐논’도 제대로 접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제대로 접한 의 세계는 오로지 극장판으로 나온 오리지널 삼부작(, , )과 프리퀄 삼부작(, , ), 그리고 이번에 개봉한 (이하 )가 전부입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이 세계관에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는 오류를 내포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혹 제가 명백한 팩트를 틀렸다면, 댓글로 가르침을 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들어가기 앞서 2 : 이 글 자체가 거대한 스포일러입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7편의 극장판과 TV시리즈 을 아..
20160107 : '문명인이 됩시다' 단상
2016. 1. 7. 02:42아이즈의 신년 기획 '문명인이 됩시다'(클릭)에서 100대 '문명' 캠페인로 세운 내용들은, 그 면면에서 반대할 건 하나도 없다. 죄다 시급한 의제들이다. 100개를 읽으며 하나하나 몸서리를 치곤 했다. 다만 교양의 부재, 야만의 상태를 '이것이 왜 불의인지 설명하는 데 너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사회적 미몽의 상태, 한국인의 문해력 여부에 대한 루머를 언급해야 할 정도로 상호이해가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한 대목이나, '합리적이면서 윤리적으로도 건전한 명제들이 촘촘히 공유되고 이를 근거 삼아 진행되는 소통의 토대'를 만들어야겠기에 '고루해 보이는' 걸 안다면서도 '계몽'이란 말을 호출하는 대목은 다소 동의하기 어려웠다. 조악한 견해나마 밝히자면, 한국이 야만의 상태인 건 저 100대 '문명..
20160105 : Danny's speech. (from Brassed Off)
2016. 1. 5. 21:11제 뒤에 있는 이 밴드는 제게 이 트로피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라 말하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음악이야말로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옌장, 그런 겁니까? 사람에 비할 바 못 되죠.This band behind me'll tell you that that trophy means more to me than owt else in the whole world. But they'd be wrong. Truth is, I THOUGHT it mattered. I thought that MUSIC mattered. But does it bollocks? Not compared to how people matter. 우리가 이 상을 받아봐야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