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정치적으로 매우 우울한 2년이었다. 그 우울함 때문에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했다. 긴 글을 쓸 공간에 대한 수요가 페이스북으로 쏠리기도 했고. 물론 앞으로도 높은 확률로 정치적으로 우울하겠지.
1. 페스코 채식을 2년 정도 하다가 그만 뒀다. 그만 둔 이유는,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함께 식사할 때 너무 서운해 했기 때문이다. 그게, 그런 게 있다. 나랑 같이 먹을 때가 아닌 이상 고기를 먹을 핑계가 별로 없는 사람들. 그래서 페스코 채식을 멈췄다.
2.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1년엔 공황발작이 세 차례 정도 왔었고, 처음엔 심근경색으로 오인했었다. 공황발작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했다. 진작에 했었어야 하는 일인데 하고 후회도 하고, 늦게나마 시작했으니 다행인 건가 싶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너무 피로했고, 번아웃은 진작에 왔었고, 실제로 책임지는 것에 비해 쓸데없이 책임감이 많았고... 뭐 그랬다.
3. 인간 관계에 변화들이 많았다. 소중했던 사람들을 내가 밀쳐내기도 하고, 의미 있던 관계들이 불가항력으로 끊어지기도 했다. 마음과 몸의 건강이 만신창이었던 탓이 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모두 다 내가 잘 했더라면 결말이 사뭇 달랐을 관계들이었다. 떠올리면 미안한 사람들 투성이다.
4. 도대체 무슨 복이 있어서였는지, 김혜리 기자님과 함께 팟캐스트를 하고, <계간 황해문화>에 칼럼을 연재했었다. 전자는 아직도 하고 있고, 후자는 아무래도 역부족인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하고 연재를 접었다. 하지만 양쪽 모두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영광임은 마찬가지다.
5. 4번에서 짐작했겠지만, 차츰차츰 일을 줄이는 중이다. 이유는 2번을 참조하면 된다.
6. 나이를 먹고 살이 쪘다. 운동량이 줄었다.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던 어느 날, 애플워치를 차고 친구들과 겨루기를 시작했다. 운동량이 다시 야금야금 늘고 있다.
7. 아버지 회사에서 어설프게나마 일을 시작했다. 프리랜서로 평생 살 줄 알았는데, 회사 일과 프리랜서 글쟁이 생활을 병행하게 될 줄은 나도 미처 몰랐다. 이 일이 주는 자극이란 것도 분명 있어서, 버겁지만 즐겁게 일하는 중이다.
8. 고양이들 두 마리가 모두 열 살을 넘겼다. 저스틴은 갑상선약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고, 얼룩이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 이제 진짜 내가 모시고 살아야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9. 노동당에서 나와 한동안 당적 없이 살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다. 입당했던 이유는 김종철이었으나, 그는 그리 오래지 않아 나를 크게 실망케 했다. 당적 없는 시민이었다면 느낄 필요가 없었을 피로감을 오래 느끼는 중이다. 그래도 하다못해 당비 셔틀로라도 기여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 아주 작은 자긍이다.
10. 살아보기로 했다. 어쨌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