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아저씨가 어떤 맥락에서 저 이야기를 했는지 난 모른다. 하지만 김의성 아저씨 말처럼 난 우리가 너무 불쌍하다. 5주 전을 생각해보면, 그 날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어. 그 날은 트랜스포머 차벽이 있었고 의경들이 시위대를 밀어서 인도로 올렸고 물대포가 나올 수 있단 이야기와 공포가 온 군중을 휘감았었단 말이지. 그런데 이게 100만에 육박하는 인파가 되자 갑자기 꼬리를 말면서 평화롭고 경이로운 집회문화 운운하더라. 그러면서도 보는 눈이 적은 농민들 상경길은 무력을 써서 막고 서른 명을 연행했지.
어제 집회의 목표 인원은 200만이었다더라. 누군가는 300만을 말하기도 했고. 어딘가 심장이 두근대면서도 동시에 불편했다. 목표 숫자를 정해놓고 공표해버리면, 그에 못 미치는 인원이 모이면 김이 새버리는 부작용이 생긴다. 에이, 생각처럼 안 모였잖아. 난 200만은커녕 200명도 모으기 어려운 집회현장을 종종 찾은 적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어쩌다가 세 자리 수의 인원이 모이기라도 하면 정말 마음이 든든하고 울컥하다. 그 200에 울컥해 본 경험을 기억하는 내게, 어제의 190만을 두고 예사로이 말하는 이들은 조금 불안한 징조처럼 보였다. 수에 무뎌지면 안 되는데. 이 놀라운 숫자가 예사롭게 느껴지면 안 되는데.
우린 여러 가지 일들에 슬퍼하고 분노하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200여 명이 죽어가는 동안에도 온갖 유해물질을 사용한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삼성반도체에, 정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착취가 자행된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쌀 수매가가 떨어지는데도 밥쌀 수입을 자행하려는 정부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세입자의 권리금을 강탈하는 건물주에…. 이런 집회에도 100만이 마음을 모아줄까? 그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 100만이 모이지 못한 집회에선 또다시 물대포와 차벽이 나올까? 누군가는 증거수집 카메라에 머리가 찍혀 피를 흘리며 연행이 될까?
난 우리가 너무 서럽다. 의경의 시위 진압 차출은 불법이어야 하고, 위헌 결정이 난 차벽은 사라져야 하며, 이미 사상자가 발생한 물대포는 퇴역시켜 누구도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 100만이 아니라 100명이 모인 시위라도 그런 식으로 마구잡이 해산을 시켜선 안 된다. 안 되는 거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와서 소리쳐야 비로소 의견으로 존중받는 상황이라니, 난 우리가 너무 안 됐고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