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쥬 당통과 막시밀리안 로베스피에르. Danton et Robespierre
...로베스피에르가 온갖 욕을 먹는 반면 당통이 한껏 대접 받는 또 다른 이유로는 그가 혁명가의 전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전형이라는 건 원래 일부분의 진실만을 담아낼 뿐이다. 어떤 운동, 어떤 캠페인에든, 단호하고 유머를 모르는 로베스피에르형 인물도 있고, 피켓을 들고오기로 했으면서 두 시간씩이나 늦게 빈 위스키 병 들고 비틀비틀 나타나는 당통형 인물들도 있는 법이다. 눈여겨볼 만한 가치를 지닌 어떤 사회운동이든 이 두 가치를 모두 포용해야만 한다. 한쪽이 다른 쪽 머리를 잘라버리는 사태가 벌어지면 정말 곤란해지니까 말이다.
마크 스틸 Mark Steel. <혁명만세>(Viva La Revolution, 2003) 중.
마크 스틸 Mark Steel
내가 방법론이나 태도 면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큰 줄기에서 같은 방향이라면 나름대로 수긍하며 가야겠다 생각했을 때 제일 처음 떠오른 구절이었다. 군사작전이 아닌 이상, 모든 변혁운동에는 늘 (진영 내부에서 터지는) 예상 밖의 사건들과 돌출행동, 통제되지 않은 움직임들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런 걸 내부에서 지적하고 잘 보듬어 통제해가며 잡음 없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아름다운 사례는 별로 없더라. 우리는 '우리'라는 것이 같은 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불편해 할 가능성이 농후한 불완전한 인간들끼리 모여 이루어진 군집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우린 프랑스혁명이 나름의 결과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또한 음미해봐야 할 것이다. 기껏 왕의 목을 자르고도 프랑스는 공화정과 군주정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 했다. "제1공화국 - 제1제국으로의 군주정 복고 - 부르봉 왕조 복위 - 7월 혁명 - 7월 왕정 출범 - 2월 혁명 - 제2공화국으로 공화정 탈환 - 보나파르트 쿠테타로 제2제국 군주정 복고 - 제3공화국으로 공화정 탈환"이라는 시소게임의 역사는 적기만 해도 숨이 가쁘다. 뒷걸음질을 반복하면서도 길게 보면 결국 앞으로 나아간 셈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뒷걸음질에 체념하지 않는 장기적인 시야인 건지도.
아래의 링크를 누르면 책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잘 쓰여지고 잘 번역된 좋은 책임.
혁명만세 - 걸쭉한 넉살, 삐딱한 불온함, 끝내 가슴 뭉클한 프랑스대혁명 이야기
마크 스틸 (지은이) | 박유안 (옮긴이) | 바람구두 | 2008-12-22 | 원제 Vive La Revolu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