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동료들과 나눴던 이야기. 어쩌면 콤플렉스로 가득 찬 스스로에 대한 고백.
한국이 여전히 음력 새해를 기념하는 관습을 유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순기능 중 하나는, 1월 1일 세웠던 계획들이 어그러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다 끝났다고 믿고 좌절하는 대신 은근 슬쩍 '새해는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야'라고 털고 일어날 핑계를 주는 거라 믿는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연휴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올리고 싶었다.
이 횡설수설이 내가 아끼는 이들에게, 나를 아껴준 이들에게, 심지어는 나와 대판 싸웠던 이들에게까지 작게나마 힘이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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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더'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언제든.
물론 우리는 종종 미숙하고, 어리석고, 머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믿으면서도 사실은 마음에 주도권을 내주는 실수를 저지르겠죠. 그로 인해 우리는 우리를 도왔던 이들에게, 우리를 믿었던 이들에게, 심지어는 우리 스스로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줄지도 모르죠. 정신을 차려보니 형편없이 망쳤고, 어디에서부터 다시 복구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닥쳐 더듬더듬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나 '더' 잘 할 수 있어요. 과거의 실수를 만회할 만큼 하고 있는 일, 해야 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어요. 이미 한번 망쳤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으로부터 일을 더 잘 해보일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지 말아요. 때론 주저앉고 싶을 겁니다. 나도 매일매일 주저앉고 싶어요. 다 포기하고 싶어요. 그런데, 다시 일어나서 잘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반납하지 맙시다. 우리는 더 깊게 배우고, 더 면밀히 살피고, 더 신중하게 생각해서, 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어요.
괜히 흰 수건을 던지지 말아요. 우리가 정말로 뭔가를 형편없이 망쳤다면, 우리는 더더욱 '더' 잘 해내야 해요. 오로지 그렇게 함으로서만, 우리는 실수를 만회하고 진짜로 목표했던 지점까지 스스로를 끌고 갈 수 있어요.
물론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한참 모자란 사람인데'라는 생각은 언제나 주머니 속 비상금으로 넣어둔 500원짜리 한 주먹처럼 짤랑짤랑 보관해두면 좋겠죠. 걸음걸음마다 그 짤랑거림이 속단하는 걸 막고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고 실수를 줄이게 해줄거니까요. 그런데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500원짜리 백동전들을 흩뿌리면서 '이거 봐라! 나 500원짜리 동전 많다!'라고 떠벌릴 필요는 없어요. 그 정도는 다들 가지고 다니는 건데, 뭐하러 떠벌리겠어요.
우린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지금보다 더 노력할 수 있어요. 스스로를 너무 일찌감치 포기하지 맙시다."
20150222 : 나의 동료들에게, 혹은 나에게.
- 2015. 2. 22. 02:25
- 글 뭉치/잡상과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