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조작이라거나 정권에 잘 보이려는 여론조사업체의 장난질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더라. "사실 제대로 뭉쳐서 싸우기만 하면 우리가 이기는 건데 그게 안되는 바람에 못이기는 거야"라는 마인드가 베이스에 깔린 것일텐데, 우리나라는 현 집권여당이 뭘 해도 30~35% 가량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안고 있는 나라다. 위기 상황에선 그래도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이 나서서 위기를 타파해주길 바랐으니 지지율이 오른 것일테고, 타파가 안되어 떨어지던 지지율이 다시 소폭이나마 오른 것은 대통령께서 당도 높은 사과를 잡숫고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노라 이야기한 것의 반영과, "다들 너무 대통령 잘못이라고들 하는데, 그렇게까지 대통령 탓을 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위기감을 느낀 지지자 분들의 적극적인 답변에 힘입은 것들이 있겠지.
어떤 분들은 은연 중에 여당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이 '정치에 눈을 못 뜬 촌부/많이 배우지 못한 사람들/생각이 꽉 막힌 늙은이'와 '제 잇속만 챙기려 드는 악마와 같은 부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 그러니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진지하게 이야기하기보단 그들을 무시하거나 비난하거나 혹은 계몽하려 드는 건데. 문제는 이런 적대시/배제/계몽의 프레임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선거로는' 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거다. 실제로 가장 가까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여당 지지자들이 누군가 하면, 일요일마다 좋은 말씀 전하시는 목사님 전도사님 신부님 스님 같은 분들, 웃는 모습이 썩 멋있었던 대학 동아리 선배, 아직도 안부전화를 걸어주는 은사님, 유난히 매너가 나이스한 거래처 팀장님 같은 분들이다. 배울 만큼 배운, 제 영역에선 나름대로 선한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을 적대시하고 악마화하고 무시하고 계몽하려 하면 자연스레 '쟤는 같이 정치 이야기하면 피곤하고 짜증 나는 애'가 되는 거다. 고립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니까, 이런 기획으론 못 이긴다는 거다...
"저들이 무식해서, 무지해서, 사악해서 박근혜를 지지하는 거고, 야권을 지지하는 이들은 여론조사에 잘 답을 안 하니 이거는 허수고, 지난 대선은 선거조작이 있었으니 사실 박근혜가 진 선거였고, 사실 우리가 제대로 뭉치기만 하면 쟤네 거뜬히 이김"이란 생각을 은연 중에라도 하고 계신 분들 계시면, 그 생각 빨리 버리시길 추천한다. 그래야 이 불리한 여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야권 지지자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강 정책이나 정당성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궁리를 하시게 된다. 실질적으로 이길 궁리를 하시게 된다는 거다. 자꾸 "사실 우리가 센 데 조사가 왜곡임"이라 생각하시면 상대 진영을 설득해 야권 쪽으로 빼오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거나 '어차피 안 되니까 안 해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게 되고, 선거 때마다 '야 다 뭉치면 이길 수 있으니까 너네 좀 조용히 있어봐'라며 군소정당들 후보 주저앉히는 걸 반복하는 거다. 물론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승리의 경험이 있었다는 거 아는데, 그 땐 두 번 다 이인제의 보수표 쪼개기란 변수가 있었다. 김대중 대통령께선 김종필과 손을 잡기도 했고. 아주 못되게 이야기하면 딱히 자력만으로 이긴 선거는 별로 없단 얘기다.
상대를 비난하고 우리끼리 뭉치며 선명성 싸움을 벌이는 건, 그렇게 하지 않고선 당의 인지도가 위태로운 우리나, 당이 해산청구 심판을 받네 마네 하는 통합진보당 같은 곳에서나 생존을 위해 택하는 노선이고. 의석이 세 자리 수인 거대 야당은, 배제가 아닌 포섭과 설득으로 가야 답이 나온다. 이기기 힘든 싸움에서 이기는 첫 번째 단계는, 이 싸움이 사실 이기기 힘든 싸움이란 걸 인정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상대적 소수일지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다수인 저들을 우리 편으로 돌려 세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저들은 왜 우리를 지지하지 않고 다른 이를 지지하는 걸까 그 메카니즘을 머리로나마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