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큰 비밀도 아닌 것 같지만, TV라는 매체에 애정을 잃은 지 좀 됐다. 유튜브의 등장으로 인한 초다채널 시대에 적응을 못한 까닭도 있고, 예전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없어진 까닭도 있다. 사실 초다채널 시대가 된 이후로는, 따라잡아야 하는 콘텐츠의 양이 많아진 탓에 TV 시청 자체가 여러모로 버거워진 것도 사실이다.
TV에 대한 애정은 둘째 치고, 이제 사람들이 TV에 대해 다룬 글을 읽고 싶어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관련 담론을 가장 활발하게 나누는 장은 사실 이제 지면이 아니라 유튜브 리뷰 채널들 아닌가.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그 흐름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유튜브 채널을 파는 일도 좀 피로한 노릇이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TV를 보는 일이 시들해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더이상 TV가 당대 시민들의 무의식을 훔쳐볼 수 있는 대중문화의 최전선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전선이라는 위치는 인터넷이 가져가버렸고, 무의식을 훔쳐볼 창구로서의 기능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져가버렸다. 사람들의 무의식이 거대한 하나의 프로그램/채널에 집중되던 매스미디어 시대는 끝났고,취향 따라 성향 따라 온갖 창구로 파편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아직 ‘TV 칼럼니스트 / TV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분류가 과연 언제까지 유효할지 잘 모르겠다. 나는 언제까지 TV로 글을 쓸 수 있을까.
20230626 : 언제까지 TV로 글을 쓸 수 있을까
- 2023. 6. 26. 15:35
- 글 뭉치/고민과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