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물 받은 와인. '루벤 앤 플로라 리제르바' (Ruben and Flora Reserva) 칠레 와인이고, 타입은 레드다. 더블 토스트 프렌치 오크에 12개월 숙성, 6개월 스틸 탱크 숙성 후 3개월 병입 숙성. 카르베네 소비뇽 50%, 카르메네르 50%.
찾아보니 테이스팅 노트는 다음과 같다. 붉은 야생 베리류 향, 후추, 미네랄 향, 오크의 진한 바닐라향. 화려하고 풍부한 질감이 인상적이며, 과실의 맛과 진한 타닌이 조화롭다. 오크 베럴에 숙성해서 바닐라향이 풍부하며 여운이 길다. 구조감이 좋은 풀바디 와인.
찾으면서 알게 된 건데, 이 와인은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애칭을 따서 만든 와인이란다. 와인메이커인 남편 루벤이 와인을 만들고, 아내 플로라가 와인 라벨을 만든다고. 그래서 이 와인은 '우정'과 '대화의 친밀한 표현'을 의미하기도 한단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도 각각 다른 두 사람이 결합해 새로운 가족이 되는 것처럼, 이 와인도 카르베네 소비뇽과 카르미네르라는 각각 다른 두 가지 종류의 포도가 결합해서 새로운 결과물로 탄생했다고.
좋은 선물을 받아 기쁘다. 의미로 풍성한 이 와인을, 선물해 준 사람과 같이 따서 마실 날을 기쁘게 기다려본다.
2.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제 제가 중요한 글쟁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편하게 받아들이려고요. 반짝반짝거리는 글은 후배 칼럼니스트들이 훨씬 더 잘 쓰고,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묵직한 글은 선배 칼럼니스트들이 더 잘 쓰지요. 저는 그냥 제 글을 쓰면서 허리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바쁜데, 그걸 부정할 필요도 나쁘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사실 오랜 공포였다. 내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글을 쓰는 사람이면 어쩌지? 시대에 꼭 필요한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은데. 내 글이 당대의 논의에서 어느 정도 제 역할을 하는 글이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젠 조금 더 편안해지고 싶다. 내가 쓰는 글은 때로 동어반복에 머물러 있고, 자주 과녁을 벗어난다. 그런 글로도 위안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혹은 제 편견이나 생각을 바꾸는 사람이 있다면, 딱 거기까지가 내 몫이어도 좋을 것 같다.
3. 내가 좋아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이 죄다 안 다쳤으면, 내가 그 모든 사람들에게 다 최선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조차 욕심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욕심을 부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