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신의 효용가치에 대해 다분히 박한 사람이다. 내 글이 세상에 무슨 쓸모가 있으랴, 내 말이 대체 누구에게 위안이 되랴, 그렇게 게으르게 사고하고 건성으로 말하고 쓰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를 구하고 누구를 지킨단 말인가. 대체로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씩, 덕분에 재미있었다거나 덕분에 행복했다는 이야기, 덕분에 즐거웠고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쩔 수 없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내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행복이 될 수 있구나.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서 살아온 거로구나, 나는.
정신과 상담을 할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왜 저는 저 자신의 기쁨과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고, 대신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제 가치를 증명했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의사 선생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그게 승한씨의 행복인 거겠지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니까요.
그래. 덕분에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