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중턱에 살다보면 계절의 변화를 코로 먼저 알게 된다. 5월에는 밤공기에 온통 수수꽃다리 내음이 묻어나더니, 6월이 되자 기다렸다는 듯 밤꽃 내음이 물씬하다. 산에 이런 저런 나무가 많아서 그렇다.
한때는 꽃이고 뭐고 사는 게 다 버겁고 고단했더랬는데, 그 시기엔 몇 월에 무슨 꽃이 피고 하는지도 몰랐었는데, 어느새 좀 살 만 해졌는지 코를 벌름거리며 향기를 맡는다. 심지어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집에 들어갈 때면 이 향기를 맡을까, 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고 그들의 안녕을 빌어줄 정도의 여유도 생긴 모양이다.
2. ‘~할 것’이 있다는 게 참 좋은 일이구나 한다. 기다릴 것, 해낼 것, 도와줄 것, 느낄 것, 다가올 것, 예정된 미래시제의 일들. 의지와 전망을 담은 일들. 내일을 그려볼 수 있게 할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