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잡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간단했던 것들도 온통 복잡해진다. 다섯 수를 앞서 보고, 열 수를 앞서 보고, 오만 계획을 다 세우고... 그래 봤자 첫 돌을 착수하지 않으면 앞서 본 모든 수가 의미 없어진다. 생각과 고민은 분명 중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혼자 복잡하게 머리를 굴리다가 해보지도 않고 혼자 결론을 내리는 일은 그만. 미지의 영역으로 나아갈 때에는 일단 착수를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 번에 한 수씩, 앞으로.
2. 자신에게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내 한계와 내 미움과 내 욕망을 그냥 더 담백하게 인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제법 우스꽝스러운 사람이고, 적당히 비겁한 사람이다. 그런 나를 자기모멸 없이 그냥 담백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우스꽝스러움과 비겁함까지 그냥 나의 일부분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나 자신에게 너무 쉽게 실망하고 나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오는 일을 그만두는 게 먼저인 것 같다.
3. 내 방에 걸어둔 멸종위기 동물 보호 캠페인 달력. 5월의 동물은 쿼카다. 일전에 "내게 쿼카를 닮았다고 해준 사람이 있었어요."라고 이야기했다가 업계 선배에게 크게 항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 쿼카가 얼마나 귀여운 동물인데 너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입에 침도 안 바르고 할 수가 있니. 그러게요. 사실 저도 제가 어딜 봐서 쿼카를 닮았다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건 그렇게 봐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Beauty is in the eye of beholder, as alw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