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로 두달 보름 동안 가졌던 한겨레S 휴재가 끝난다. (원래는 두달만 쉬기로 했으나, 연재 텀과 어린이날 휴간으로 인한 연재 순연으로 인해 두달 보름이 되었다.) 술탄 오브 더 티브이 연재 10주년 기념이었는데, 막상 쉬고 나니 그게 대단히 기념할 만한 기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더라. 세상을 향해 뭔가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지나 열정도, 다른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누어 줘도 부끄럽지 않을 지식도 없이, 그저 돌아오는 마감을 막기 바빴던 10년이 아니었던가. 자영업자의 자영업 10년은 개인적으로 축하했으면 되었을 일인데 괜히 기념한답시고 티 팍팍 내며 쉬다 온 게 아닌가 싶어 가로늦게 민망하다.
어찌 되었든 다시 돌아가는 마음이 복잡하긴 하다. TV산업은 가면 갈수록 별천지가 되어가는데, 나는 영 느리고 게을러서 그 변화를 다 쫓아가기 어렵다. 게다가 세상에 나보다 더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부지런한 정보 업데이트도 번뜩이는 인사이트도 없고 그렇다고 읽는 재미가 있는 미문을 쓰는 것도 아닌 애매한 글쟁이의 글이 무슨 쓰임이 있을까. 두달 보름이나 쉬었지만 사실 두달 보름 가지고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내기 어렵더라. 그저, 때가 되었으니 다시 마감을 막으러 자리를 털고 일어날 뿐.
혹자는 내 글이 사람을 지키는 글이라고 하더라. 혐오로부터, 소수자들을. 무례한 공격으로부터, 사생활을 빼앗긴 이들을. 너가 틀렸다고 말하는 세상으로부터,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정말 그런 글인 걸까. 그냥 세상에 화를 내고 싶었던 것뿐인데 사람들이 착각한 게 아닐까. 모르겠다. 그래도 기왕이면 남들이 이야기해주는 그런 글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혼자 울고 있던 누군가에게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매 마감을 하며 괴로워하는 보람이 있을텐데.
호기롭게 “다음 10년을 위해”라고 말할 자신은 없다. 다만 내 앞에 길이 있으니 그저 걷는 수밖에. 내 부족한 글이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쓰임이 있기를 바라며, 다시 길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