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랫동안 또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물론 그때 그때 이력이 추가되거나 약력을 바꿔야 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프로필란을 업데이트하긴 했지만, 그 외에는 따로 블로그를 손대지 않았다. 도대체 무엇을 쓰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중매체에 대한 생각은 온통 칼럼으로 쏟아내고, 심지어 내 개인사도 칼럼으로 쏟아내고, 하루하루의 잡감은 페이스북에 쏟아내고... 그러고 나면 블로그에 새롭게 쓸만한 글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블로그에 어울리는 글이란 대체 무얼까? 누가 이 블로그를 보고 있기는 할까?
2. 한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을 하고 식단을 조절하다가 다시 또 미끄러졌다. 이번엔 좀 세게 미끄러졌고, 어떻게 회복하면 좋을지 감이 좀 안 잡히고 있다. 마치 인생의 모든 걸 놓아버린 사람처럼 체념하고 먹고 있는데, 마음이 허한 자리를 자꾸 먹는 거로 채우려는 건 아닌가 싶어 두렵다. 정말 그런 거라면 마음이 허한 만큼 한도 끝도 없이 먹게 될 거라는 이야기인데, 내 몸이 그 학대를 견뎌낼 수 있기나 할지. 언제 다시 조절하고 관리하는 사이클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3. 오랫동안 인연이 끊어져 있던 자리에서 다시 인사를 나누는 건 언제나 떨리고 두려운 일이다. 나는 그때의 나인가? 상대는 그때의 상대인가? 둘 다 아닐 것을 알면서도, 혹시나 내가 상대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나이 먹은 거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엄습하는 건 피할 수 없다. 시간 앞에 안 변하는 존재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그래서 더 떨었던 모양이다. 잘 살고 있었구나. 때로 웃고 때로는 울며 흔들렸겠지만, 번듯하게 서서 서로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던 시간.
4. 미드저니에게 '산과 파도'를 그려내라고 시켰더니, 귀신 같이 〈헤어질 결심〉 컨셉아트 같은 걸 출력해줬다. 오늘의 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