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가 흥미로운 기사를 하나 썼다. Online Extra라고 하는 걸 보니 온라인에만 풀린 기사인 것 같은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벌어진 일들이 모두 실재하는 사건이라는 가정 하에 진지 빨고 쓴 기사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내용을 중심으로 써내려 간 소코비아 협정 지지 기사인데, 읽다보면 미국으로 대변되는 슈퍼 파워가 국제 사회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소코비아 사태와 미군의 이라크 참전을 한 문장 안에 담아내는 능청스러움에 즐겁게 읽었는데, 마감이 너무 하기 싫은 관계로 잠깐 짬을 내어 번역을 해봤다. 의역이 많으니 반드시 원문과 비교해가며 읽으시길.


원문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www.economist.com/news/diversions/21698458-avengers-should-agree-be-placed-under-un-supervision




초인의 책임

어벤져스는 UN의 통제 하에 놓여야 한다.

인간과 초인 모두 법과 제도가 있을 때 더 잘 기능할 수 있다



그것이 슈퍼 파워라 할지라도, 힘의 행사는 예상치 못한 결과들을 낳는다. 지난 20여년 간 미국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그것을 배웠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리비아로의 군사적 개입은 절망적인 부수적 피해를 야기했다. 게다가 미국은 종종 제 군사 개입의 반작용으로 인해 더 극단적이 되거나 더 많은 권력을 지니게 된 적들과 싸워야 했다. 그 결과 미국은 최근 몇 년 간 ‘동적’ 외교안보 정책의 채택을 줄이고, 규칙에 따른 국제질서를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슈퍼히어로 단체 어벤져스 또한 이러한 문제들과 많이 부딪혀 왔다. 그러나 그들은 교훈을 얻는 것에 있어서는 미국보다 느렸다. 억만장자 군수기업가이자 발명가, 그리고 아이언 맨으로도 알려진 토니 스타크는 작년 자동으로 작동하는 국제 평화 유지 시스템을 개발하려 했다. 그의 선의의 노력은, 시스템이 인류를 몰살하려는 데 혈안이 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면서 소코비아 수도 노비 그라드의 소름끼치는 파괴로 이어졌다.[각주:1] 올 봄 라고스에서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가 지휘한 대테러 작전 중 수많은 와칸다인 국제구호원들이 사망한 비극 또한, 초인적 힘을 지닌 비정부 행위자들이 국제 정의에 대한 그들만의 비전을 강요하도록 허용하는 일의 위험성을 상기시켜주는 사례였다.


그런 의미에서 어벤져스가 UN 위원회의 관리를 받기로 합의한 소코비아 협정은 주요한 전진이라 하겠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 배출보다 헐크의 활동을 더 제약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양분된 미 상원에서 협정이 비준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적인 분열은 어벤져스 내부의 분열이다. 스타크가 어벤져스는 집단으로 협정에 서명했다고 주장하는 동안, 로저스는 서명을 거절했다.


슈퍼히어로 활동에 대한 제도적 제약은 1977년 미국의 킨 법안이 ‘누가 감시자들(왓치맨)을 감시(왓치)할 것인가’[각주:2]라는 질문을 던진 이래로 쭉 논란의 대상이었다. 엑스맨은 돌연변이 등록 법안 하에서 심각한 돌연변이 차별[각주:3]을 겪어야 했고, 인크레더블은 NSA(국가 초인 기구. National Supers Agency)의 감시에 오랫동안 고통받았다[각주:4]. 작년엔 배트맨과 슈퍼맨이 슈퍼히어로의 책임과 관련해 비슷한 문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각주:5].


대부분의 엘리트들이 그렇듯, 슈퍼히어로들은 본능적으로 규제에 적대적이다. 그리고 로저스의 의구심은 그의 뿌리 깊은 문화적 국가주의로 인해 악화된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을 지닌 슈퍼히어로가, 조지 워싱턴이 “외국의 간섭”이라 지칭한 것[각주:6]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것이란 건 놀랄 일도 아니다. 더구나, UN은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개입 허가 여부를 놓고 다툴 여지가 큰 정치적 집단이라는 로저스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UN 회원국 사이의 정치적 경쟁은 보스니아에서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유혈 위기가 터지는 동안 국제사회를 마비시켜 왔다.


그러나 문제는 슈퍼히어로나 슈퍼 파워가 이러한 제약이 없을 때 더 잘 기능하느냐는 점이다. 사실, 제약 없이는 더 안 좋아진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그리고 스타크가 소코비아에서 배웠듯이, 사람들은 절차적인 감시 없이는 그들의 편향성에 의해 처참하게 타락하기 쉽다. 이라크 전쟁을 발발시킨 지도자들이 그랬듯, 로저스의 제도에 대한 불신은 ‘세상은 선인과 악인으로 양분되어 있으며 자신은 그들이 누구인지 가려낼 수 있다’는 제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오만한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 현실세계에선 어떤 것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누구도 완벽한 정보를 지닌 적이 없고, 사람들은 정의에 대해 저마다 타당하지만 서로 상충되는 주장을 할 것이며, 그 누구의 동기도 – 심지어 제 자신에게조차 - 온전히 솔직하진 않다.


우리에게 법과 제도가 필요한 것은 인간(과 초인)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캡틴 아메리카는 그의 고국의 정치적 철학의 중심에 이와 같은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제임스 매디슨[각주:7]이 남긴 말을 비틀어 인용하자면 “만일 초인이 천사였다면, 정부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각주:8] 어벤져스는 천사가 아니다. 그들은 소코비아 협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1.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서 벌어진 사건. [본문으로]
  2. 앨런 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1986~1987)에 등장한 초인규제법안. 정부 승인 없이 활동하는 자경단원들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법안으로, 극중 자경단의 축소와 몰락을 가져왔다. [본문으로]
  3. 마블사의 <엑스맨> 시리즈의 주요 갈등 요소. 모든 돌연변이들은 정부에 등록을 거쳐야 하며 유사시엔 통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시한 법안이다. [본문으로]
  4. 픽사의 <인크레더블>(2004)에 대한 언급. 극중 초인들은 범죄 소탕활동 중 벌어진 부수적 피해와 관련된 몇 차례 소송을 거치며 여론 악화를 경험하고는 정부로부터 평범한 시민으로 위장하고 살아갈 것을 요구받는다. 극중 현재 시점에서 슈퍼히어로 활동은 불법. NSA는 당연히 미국 국가안보국의 패러디. [본문으로]
  5. 잭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2016)의 핵심사건. 극 중 시점(이자 원래 개봉 예정 연도)은 2015년이다. [본문으로]
  6. 조지 워싱턴은 장기적인 국제 동맹관계를 '외국의 간섭'이라 칭하며 되도록 피하려 노력했다. 심지어 퇴임사에서조차 '외국의 간섭'을 피하는 게 신생국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호소한 바 있다. [본문으로]
  7. 미국의 제4대 대통령이자 건국의 아버지. 미 헌법의 주 저자였으며, 연방주의자 논집의 3분의 1 이상을 작성했다. 신생국 미국의 공화정을 위해 견제와 균형은 필수적이라 믿었던 사람이다. [본문으로]
  8. 원문은 "만일 인간이 천사였다면, 정부 같은 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If men were angels, no government would be necessary.)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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