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한겨레에 기고한 새로운 세상 꿈꾸며 "다시 만난 세계" 는 원래 블로그에 올리려고 했던 글을 조금 손봐서 발표한 글이다. 애초에 신문에 실을 글이라 생각하지 않고 썼던 탓에 원래 글은 훨씬 더 길고 개인적이며 감정적이었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추려서 신문에 실었으니 칼럼을 봐 주시면 될 것 같고. 아래는 원문 중 '다시 만난 세계'의 가사에 대한 내 나름의 해석을 적어본 부분이다. (한겨레 칼럼에도 일부분 살아남았다.) 칼럼과 함께 읽어주시면 좋겠다.


다시 한번, 소녀시대와 다만세의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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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의 영문 제목은 'Into the New World'다. 굳이 직역하자면 '새로운 세계 속으로' 정도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곱씹어 봤겠지만, 정확하게 들어맞지는 않는 이 두 제목 사이의 거리감은 미묘하다. 노래를 부르는 화자에게 이 세계는 낯선 곳이 아니다. 이미 만난 적이 있기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나 그 곳은 그에게 '새로운' 세계다. 한 쪽은 세계를 재견(在見)하고, 다른 한 쪽은 세계를 발견(發見)하는 이 두 다른 제목이 같은 노래를 지칭하는 충돌. 네모난 동그라미 같은 형용모순의 제목을 이해하려면, 곡의 가사를 함께 뜯어봐야 한다.


곡 속의 나는 특별한 기적 같은 걸 기다리지 않는다. 이 세계에는 그런 것 따위는 없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미루어 알고 있다. 미래는 명확하지 않고 수많은 갈래의 거친 길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나마 그 길들은 죄다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어디로 가도 알 수 없는 길이기에 나에게 세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견고한 벽과 같았을 것이고, 그것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고통스럽기에 슬픔이 반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에게는 고난이 무엇인지 말을 나눌 필요도 없이 시선 속에서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너가 있어서, 너를 만난 순간 슬픔을 반복케 하고 길 앞에서 초조해 하도록 만들던 시간은 멈춰져 버렸다. 물론 그 목소리가 생의 무게를 다 잊게 해줄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기에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받은 만큼 너에게 주고 싶기에 너에게 눈을 감고 느껴보라 권유한다.


눈을 감아야 비로소 느껴지는 눈빛과 마음의 움직임, 그건 분명 지극한 사랑이다. 너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필요도 더 달라질 필요도 없다. 나는 지금의 이 느낌 이대로의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 마치 내가 네게 모든 떨림과 상처 입은 마음까지 그 어떤 꾸밈도 없이 있는 그대로 전하고 맡길 수 있는 것처럼. 나 또한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랑이 어떤 사랑인지는 정해져 있지 않다. 너는 남자일 수도 있고 여자일 수도 있다. 상상하기에 따라 그 사랑의 대상은 인격이 아니라 체제일 수도 있고, 이념이나 이상의 형태를 띄고 있는 것 또한 가능하다. 사랑의 성격 또한 굳이 연애를 상정한 사랑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같은 길을 걸으며 서로를 '우리'라 묶어 호명할 수 있는 동지인 너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고, 항상 곁을 지켜주는 친구인 너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아니, 나는 애초에 1:1의 관계 안에 갇힌 배타적 관계라 말한 적이 없다. 작사가 김정배는 이제 막 세상으로 나서는 여성들끼리 함께 시련을 헤쳐 나가라는 의미로 가사를 썼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 시작부터 이성애적 연애 감정이 아니라 자매애로 쓰여진 곡인 셈이다. 그러니 이 노래가 말하는 사랑은 단 하나의 ‘너’와 단 하나의 ‘나’ 사이로만 수렴하지 않는다. 더 많은 너들과 나들이 손에 손을 잡으며 연결될 공간은 충분히 열려 있다.


네가 누구든 나와 어떤 관계 위에 있든, 나는 사랑하는 너를 만난 뒤 헤매지 않게 되었다. 앞이 보이지 않아 가는 길마다 거칠기만 했던 미로 같은 세계 안에서 나는 늘 헤맸고, 그 오랜 헤매임이 끝나기 만을 머릿속으로 그려왔는데, 그 그림은 너를 만난 이후 현실이 됐다. 여전히 세상은 알 수 없는 벽과 같지만, 나의 마음이 상처 입을 때마다 너의 변치 않는 사랑이 곁에서 날 지켜줄 것이기에 나는 말할 수 있다. 특별한 기적 따위 없는 거친 길일지라도 바꾸지 않을 것이며 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너의 존재가 있기에 난 희미한 빛 따위에 의존해 그 뒤를 쫓으면서도 불안해 하지 않을 것이다. 난 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울고 싶던 마음의 장막이 걷히고 강해지는 걸 느낀다. 그렇게, 여전히 알 수 없는 거친 길들과 영겁회귀 되는 슬픔으로 가득 하던 세계는 변한 것이 하나 없는데, 내 곁에 있는 너로 인해 이제 그 모든 광경이 새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다시 ‘만난’ 세계다. 너를 알기 전 나는 이 세계 속에 종속된 존재, 만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언제나 이 크고 차갑고 침묵 투성이인 세계 안에 갇혀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너로 인해 나는 이 세계의 총체에 내 나름의 의미를 붙일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났고, 그렇기에 더 이상 세계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 대등한 자리에서 세계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던 세계를 너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예전과 다르지 않은 광경일 것이나 동시에 전연 새로운 광경, ‘New World’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너와 함께 그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다. ‘Into the New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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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 (Into the New World)
작곡 Kenzie / 작사 김정배

전해주고 싶어 슬픈 시간이 다 흩어진 후에야 들리지만
눈을 감고 느껴봐 움직이는 마음 너를 향한 내 눈빛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 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마 눈 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맘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 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이렇게 까만 밤 홀로 느끼는
그대의 부드러운 숨결이
이 순간 따스하게 감겨오네
모든 나의 떨림 전할래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져 울지 않게 나를 도와줘
이 순간의 느낌 함께 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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